중국 정부는 시위 기간 내내 '서두르지 않고 시위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힘을 빼는' 전략을 구사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국민당과 싸울 때 사용했던 게릴라 전술, 즉 '16자(字) 전법'을 홍콩 시위에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16자 전법은 '적이 공격하면 후퇴(敵進我退), 적이 멈추면 교란(敵駐我擾), 적이 피로하면 공격(敵疲我打), 적이 후퇴하면 추격(敵退我追)한다'는 것으로, 중국 공산당의 기본 전략이다.
중국은 시위대 규모가 10만명 이상 불어난 지난 2일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점령지에서 맘껏 떠들도록 내버려 뒀다. 대신 1일 건국기념일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 단결'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홍콩의 번영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홍콩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였다. 중국이 꿈쩍도 하지 않자 시위대 내부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를 내걸었던 시위 목표가 2일부터 '렁춘잉 행정장관 사퇴'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불평등이 심화하는 홍콩 사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중국은 틈을 보인 시위대를 흔들기 시작했다. 3일부터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를 총동원해 "시위대가 법치를 짓밟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한쪽으로는 홍콩의 친중(親中) 단체를 동원해 비폭력을 강조하는 시위대 측을 물리적으로 자극했다. 시위대 쪽의 맞대응 즉 폭력을 이끌어내 시위대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려 한 것이다. 시위대가 맞받아치지 못하고 '대화'를 언급하자, 렁춘잉 행정장관은 "출근길 확보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 "경찰이 적절한 시기에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을 흉내 냈다는 분석도 있다. 201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反)정부 시위대를 진압할 때처럼,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내부 지지 세력을 끌어모은 뒤 폭력 사건을 일으켜 전세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푸틴이 친(親)정부 청년단체 '나시(Nashi)'를 내세워 시위대와 전선(戰線)을 형성했다면 중국은 '파란 리본'을 단 친중(親中) 단체를 이용해 시위대를 쳤다고 보도했다. 푸틴과 중국 모두 시위대를 "서방의 조종을 받는 무리"로 매도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아나콘다 전략'이라 했다. 마이클 드골리어 홍콩 침례대 교수는 CBC 인터뷰에서 "중국은 아나콘다처럼 치명적인 독 없이 강력한 압박을 통해 먹잇감(홍콩 시위대)을 해치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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